퇴수정 전북 남원시 산내면 문화,유적
남원 산내면의 골짜기로 접어든 초가을 오후, 퇴수정을 찾았습니다. 산을 따라 난 길을 오르자 바람에 실린 흙냄새가 짙게 퍼졌고, 계곡물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습니다. 이곳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학문을 닦고 시를 읊던 정자로, 지금은 그 흔적만으로도 고요한 기품이 느껴졌습니다. 입구에는 ‘退修亭(퇴수정)’이라 새겨진 현판이 걸려 있었고, 목재의 결마다 세월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돌기단 위에 앉은 정자는 크지 않았지만, 사방이 열려 있어 산과 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발 아래로는 맑은 계류가 흘러 돌에 부딪히며 잔잔한 물결을 만들었고, 그 위로 햇살이 부서져 반짝였습니다. 오래된 공간이지만, 바람과 빛 속에서 여전히 생동감이 느껴졌습니다.
1. 산내면 깊은 계곡을 따라가는 길
퇴수정은 남원 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40분, 지리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산내면의 계곡 안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면 운봉을 지나 산내면소재지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로 진입하게 됩니다. 도중에 ‘퇴수정’이라 적힌 작은 표지판이 보이고, 그 지점을 따라 들어가면 계곡을 끼고 난 오솔길이 시작됩니다. 도로는 포장이 되어 있지만, 일부 구간은 경사가 있어 서행이 필요했습니다. 입구 근처에는 소형 차량 3대 정도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너머로 계류의 맑은 물소리가 선명히 들렸습니다. 주차장에서 정자까지는 약 200m 남짓의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돌길을 따라 걷는 동안 계곡물 냄새와 산새 소리가 어우러져 자연의 정취가 물씬 났습니다. 길 끝에 모습을 드러낸 정자는 주변 풍경과 완벽히 어울려 있었습니다.
2. 자연과 어우러진 정자의 구조
퇴수정은 낮은 돌기단 위에 세워진 팔각지붕 구조로, 주변 산세와 계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지어졌습니다. 마루는 높이가 낮고, 사방이 개방되어 있어 바람이 막힘없이 들어옵니다. 목재의 색감은 세월에 따라 어두워졌지만, 윤이 살아 있었고, 기둥마다 단단함이 느껴졌습니다. 처마 밑에는 작은 풍경이 달려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맑은 소리가 울렸습니다. 바닥의 나무 틈 사이로 산바람이 스며들어 오히려 냉기가 돌 정도로 청량했습니다. 정자 앞에는 바위를 깎아 만든 돌계단이 있으며, 아래로는 맑은 물이 흘러내려 자연스러운 수면 반사가 만들어졌습니다. 장식적인 요소는 거의 없지만, 자연 속에 그대로 녹아든 단아한 미감이 돋보였습니다. 정자를 감싸는 나무들의 그림자가 햇살과 어우러져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3. 퇴수정이 지닌 역사적 의미
퇴수정은 조선 후기 유학자들이 학문과 덕을 닦기 위해 세운 정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퇴수(退修)’라는 이름에는 세속을 떠나 학문과 마음을 닦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정자 내부에는 예전의 문집 일부가 복제본으로 전시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퇴수정의 건립 배경과 관련된 해설문이 놓여 있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한 선비가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머물며 글을 읽고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이곳은 단순히 경관을 즐기기 위한 누정이 아니라, 수양과 사색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컸습니다. 지금도 인근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공부하던 정자’라 부르며 매년 봄과 가을에 간단한 제향을 올린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그 정신이 남아 있어, 방문객들에게 고요한 울림을 주는 장소였습니다.
고즈넉한 정자에서 즐기는 신선놀음, 퇴수정
고즈넉한 정자에서 즐기는 신선놀음 퇴수정 안녕하세요 남원시 블로그 기자단 안현영입니다 :-) 밤새 내린 ...
blog.naver.com
4. 아담하지만 세심한 관리
정자는 규모가 작지만 관리가 꼼꼼히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입구에는 안내판과 함께 정자의 전경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었고, 주변에는 쓰레기통이 눈에 띄지 않게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나무데크 계단이 새로 보수되어 있어 오르내리기 안전했고, 마당의 잡초도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근처에는 쉼터용 벤치 두 개와 간이 음수대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잠시 앉아 있기 좋았습니다. 화장실은 주차장 근처에 설치되어 있었고, 내부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인공조명이 거의 없어 자연의 빛만으로도 충분히 밝았으며, 해가 지면 정자가 산그늘 속으로 서서히 잠기는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정성스러운 관리 덕분에 머무는 동안 내내 쾌적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최소한으로 닿은 듯, 자연과 정자가 한몸처럼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5. 산내면 인근의 여행 코스
퇴수정을 둘러본 뒤에는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지리산 허브밸리’를 방문했습니다. 각종 허브 식물과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기 좋았고, 향긋한 허브차를 즐길 수도 있었습니다. 이어서 ‘실상사’로 향하면 천년 고찰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가을철에는 절 마당의 단풍이 물들어 정자에서 느낀 고요함과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점심은 산내면소재의 ‘운봉가든’에서 산채비빔밥을 맛보았는데, 들기름 향이 깊고 깔끔했습니다. 식사 후에는 ‘구룡폭포’까지 가볍게 들러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퇴수정을 중심으로 자연과 유적, 음식이 함께 어우러진 동선이 완성되어 남원 여행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6. 방문 시 알아두면 좋은 팁
퇴수정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이른 오전이나 해질 무렵 방문하면 가장 아름답습니다. 여름에는 주변 계류 덕분에 공기가 선선하지만, 모기가 많을 수 있으니 기피제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돌계단이 미끄러우므로 미끄럼 방지 밑창의 신발을 착용하는 게 안전합니다. 정자 내부는 신발을 벗고 올라야 하며,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주말에는 산내면소재지에 주차한 뒤 도보로 이동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봄과 가을에는 단풍과 야생화가 어우러져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인기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용히 머물며 바람과 물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이곳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머물면, 정자가 품은 평온함이 마음속까지 스며듭니다.
마무리
남원 퇴수정은 단순한 누정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시간이 어우러진 사색의 공간이었습니다. 계곡 위에 앉은 작은 정자 하나가 이렇게 깊은 여운을 남길 줄은 몰랐습니다. 나무 기둥의 세월, 물소리의 흐름, 그리고 바람의 방향이 모두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잠시 앉아 있으면 세속의 소란이 멀어지고, 마음속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초여름 새벽, 안개가 피어오르는 시간에 와서 물안개 사이로 드러나는 정자의 실루엣을 보고 싶습니다. 남원의 산과 물, 그리고 선비 정신이 고스란히 깃든 퇴수정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아름다움을 품은 문화유산이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