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배동석조여래삼존입상에서 만난 천년 미소의 고요함
이른 아침 햇살이 산비탈을 비추던 날, 경주 배동의 석조여래삼존입상을 찾았습니다. 좁은 길을 따라 오르자 나지막한 언덕 끝에서 돌빛이 은은히 반사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 불상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장엄하면서도 따뜻했습니다. 가운데 본존불은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양옆의 협시불은 살짝 몸을 기울여 본존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들꽃이 가득 피어 있었고, 바람이 스치며 불상의 표면에 내려앉은 먼지를 살짝 털어내듯 지나갔습니다. 천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그 미소는 여전히 부드럽게 남아 있었습니다. 조용히 두 손을 모은 채 바라보니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졌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고요한 성소였습니다.
1. 찾아가는 길과 접근 동선
경주 배동석조여래삼존입상은 경주시 남산 서쪽 기슭, 배동 마을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을 입력하면 경주 시내에서 차로 약 15분이면 도착합니다. 주차장은 입구 근처에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 후 약 5분 정도 완만한 산길을 따라 오르면 불상이 보입니다. 길은 포석이 잘 정비되어 있고, 양옆에는 소나무와 억새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초입에는 ‘보물 제63호 배동석조여래삼존입상’이라 새겨진 표지석이 있고, 그 뒤편으로 불상이 있는 보호각이 보입니다. 주변은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듯 걸을 수 있습니다. 산새 소리와 바람 소리가 길을 따라 이어져 오르는 동안부터 이미 고요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2. 불상의 구성과 공간의 인상
삼존불은 본존과 좌우 협시불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높이는 약 2.5미터에 달합니다. 중앙의 본존불은 통견의 법의를 입고 있으며, 얼굴은 둥글고 미소가 잔잔합니다. 눈매는 길게 빛나고, 입가에는 온화한 곡선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양 옆의 협시불은 조금 더 작으며, 본존을 향해 약간 몸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세 불상의 균형감이 완벽하여 보는 순간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불상의 표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그 마모된 질감조차 아름다웠습니다. 햇살이 돌 표면에 닿을 때마다 미세한 음영이 생겨 얼굴 표정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듯했습니다. 전체 구도는 단정하면서도 따뜻했고, 세 불상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졌습니다.
3. 역사적 배경과 조성 의미
배동석조여래삼존입상은 통일신라 7세기 후반에 조성된 작품으로, 신라 불교 조각의 정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경주 남산 일대는 불교 신앙의 중심지로 수많은 불상과 석탑이 세워졌는데, 그중에서도 이 삼존불은 조각의 완성도와 비례미가 뛰어나 ‘미소의 불상’으로 불립니다. 본존의 얼굴은 신라인 특유의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을 지녔으며, 이는 자비와 평화를 상징합니다. 협시불의 자세는 공경과 수호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돌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 자비는 천년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세 불상은 단순한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신라인의 미의식과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담은 예술적 기록이었습니다.
4. 보존 상태와 관람 환경
현재 불상은 보호각 안에 보존되어 있으며, 내부 조명 덕분에 세부 표현을 뚜렷이 볼 수 있습니다. 보호각의 유리벽은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으며, 불상의 뒷편에는 남산의 녹음이 배경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안내문과 해설판은 한글, 영어, 일본어로 제공되고 있었고, QR코드를 통해 불상의 조성 시기와 상징 해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관람로는 평탄하게 정비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도 무리 없이 접근 가능합니다. 주변에는 벤치와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어 잠시 머물기 좋았고, 입구 근처에는 음수대와 간단한 휴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청결했으며, 불상 앞에 서면 누구나 자연스레 목소리를 낮추게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5. 주변 명소와 연계 코스
배동석조여래삼존입상은 경주 남산 탐방 코스의 주요 지점 중 하나로, 인근에는 ‘포석정지’와 ‘남산 불곡마애여래좌상’이 있습니다. 불상을 관람한 뒤 포석정지로 이동하면 신라 왕실의 연회터를 둘러볼 수 있고, 그 길에서 남산의 숲길을 따라가면 마애불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점심은 배동마을 입구의 ‘남산가든’에서 들렀습니다. 돌솥비빔밥과 산채정식이 정갈했고, 들기름 향이 은은했습니다. 식사 후에는 ‘경주 교촌한옥마을’로 이동해 차 한잔하며 여운을 즐겼습니다. 배동석조여래삼존입상–포석정–남산탐방로–교촌마을로 이어지는 하루 코스는 역사와 자연, 휴식이 조화된 이상적인 일정이었습니다.
6. 방문 팁과 추천 시간대
가장 추천하는 시간은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입니다. 남산의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불상에 부드럽게 닿아 미소의 윤곽이 가장 아름답게 드러납니다. 오후에는 서쪽으로 기울며 불상의 표면에 섬세한 그림자가 생겨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봄에는 진달래와 산벚꽃이 피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불상을 감싸 자연스러운 명상을 돕습니다. 가을에는 낙엽이 마당을 붉게 덮으며 고요한 분위기를 더하고, 겨울에는 눈 덮인 돌의 표면이 은빛으로 빛납니다. 촬영 시 플래시는 금지되어 있으며, 삼각대 사용도 제한됩니다. 조용히 머물며 천년의 미소를 마주하는 순간이 이곳의 진정한 감상법이었습니다.
마무리
경주 배동석조여래삼존입상은 단단한 돌 속에 부드러움을 새긴 신라 예술의 정수였습니다. 세 불상의 미소는 말없이 따뜻했고, 그 자비의 기운은 천년의 시간을 건너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돌이 이렇게 온기를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초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오전에 오고 싶습니다. 배동석조여래삼존입상은 그저 눈으로 보는 유산이 아니라, 마음으로 마주해야 하는 존재였습니다. 고요한 미소 한 줄에 담긴 신라의 정신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감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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